2024016
"카카오티"
벽산아파트 앞에서 대기하며 잠시 쉬다가 차를 탔다.
자동결재 콜이다. 300미터.. 단계동에서 태장동.. 잠시 망설인다.
태장동은 들어가면 이시간에는 나오시는 분이 안계신다.
택시기사에게 심야의 태장동은 씽크홀(Sink Hole)이다.
좀 한가해진 시간이라 받았다.
'우산동 들렀다 오지 머...'
손님이 하차한 후 바로 다리를 건너 좌회전한다.
도로에는 다섯대의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좌회전하며 큰도로로 접어드는데..
"카카오티"
가현동에서 단계동가는 콜이다. 3.9km 좀 멀다.
빈차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 요금은 만원이 약간 넘을 듯하다.
가현동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 한분이 오시더니..
만원짜리 두장을 내민다.
"잘 모셔다 드려주세요."
"네. 거스름돈은 승객분들께 드리겠습니다."
아니라고 손을 흔들며 말씀하신다.
"아니예요."
"네 잘 알겠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탄 후 출발을 한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요란하게 이야기를 한다.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음악소리를 줄였다.
앞에 있는 회전로타리에서 유턴을 하고 보니 자동결재 콜이다.
"손님. 요금을 이미 출발지에서 사장님이 내셨습니다."
"요금을 이중으로 받을 순 없으니 사장님께서 자동결재하신 것은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자동결재를 누르고.. 취소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운전중이라.. 잘못 눌렀다.
운전 중의 조작은 위험한데.. 생각이 들었다.
신호대기를 하며 살펴보니 이미 3,800원이 결재되었다.
취소를 하려면... 두개의 버튼을 더 눌러야 하는데..
그냥 진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니 어쩌겠나..
"손님. 자동결재가 진행이 되어 취소가 어렵습니다."
"자동결재 된 삼천팔백원은 제가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하며 4천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하며 돈을 공손히 받는다.
도착지인 도토리임자탕에 내렸다.
"안녕히 가세요."
아이들은 내렸는데..
뾰족하게 생긴 여자분이 내리지 않는다.
"거스름돈 주셔야죠?"
"네? 요금은 출발지에서 결재를 받았습니다."
"거스름돈은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구요."
"그러시는거 아니죠?"
날카롭게 소리를 지른다.
"네 뭘 말씀하시는 거죠?"
"택시번호 몇번이야? 민원을 제기해야겠네.."
택시에서 내리며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말한다.
순간 화가 났다. 무슨 민원을 제기한단 말인가?
"무슨 민원을 제기하겠단 말씀이세요?"
나도 차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요금은 출발지에 손님께서 주셨고, 거스름돈은 필요없으니 안전하게 모셔달라고 하셨습니다."
"출발지에서 요금을 준 손님께 전화해 보세요."
한참을 요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도 빨리가야하니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다.
"사장님. 아까 요금을 주시며 거스름돈은 필요없으니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죠?"
수화기 너머에서는 곤란한지..
"음.."
하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는다.
같이 어울려 모임을 갖던 사람들 편이겠지.. 오늘 잠시 본.. 앞으로 또 볼일이 없는 기사 편이겠나..
잘 알고있다. 이렇게 직접 통화까지 하는 건 내 심술이다.
"거스름돈은 여기 계시는 손님들에게 드리겠습니다."
하고 만원을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줬다.
그랬더니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한다.
"지금 만원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지금 만원 때문에 부부가 함께 이러시는 거예요?"
"아까 사천원 환불해 드릴 때 더받은 이백원은 말씀도 안하시더니?"
했더니 남편이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여기 만원 있으니 가져가세요."
"됐습니다."
하고 손을 휙 저으며 차에 탔다.
다툰 시간이 아깝고, 심장이 벌렁인다.
벽산아파트 옆의 승강장에 차를 세웠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택시는 한대도 없다.
택시는 여객운송업이면서 서비스업이다. 다투는 것은 옳지 않다.
돈을 내가 받아서 잠시 만원에 욕심을 났었나 보다.
다음에는 요금을 타신 승객에게 주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가족 모임에서 잘 놀고 왔을 승객에게 창피를 주려고 전화를 하게 했던 내가 부끄럽다.
잠시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나와 다툰 부부를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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