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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 독후감 등

택시비 안내면 안돼?

20240108
새벽1시 30분. 월요일 새벽은 콜이 드문 드문 있다.
의료원사거리로 향하던 중 "온다콜" 소리가 울린다.
노래방 앞이라 취객일 것이다.
취객은 받기 싫지만 목적지가 있으니.. 콜을 받았다.
목적지는 경찰서다.
탑승지까지 거리는 1.1km.
새벽에 이정도거리면 나쁘지 않다.
탑승지에 도착하니 역시 손님은 없다.
전화를 건다. 
수화기 속으로 쾅쾅하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도착했습니다."
"네.. 올라가요. 금방 한분 올라가실 거예요."
약간 지친듯한 느낌의 높은 목소리가 말한다.
3분... 4분.. 대기시간이 5분이 넘었다.
다시 전화를 건다.
"택시 도착했습니다."
"네. 지금 올라갔어요."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온 승객은 차에 타자 마자 픽하고 반쯤 눕는다.
다행이다. 시비만 걸지 않는다면...
"출발하겠습니다."
볼륨을 올린다. 이문세의 '그게 나였어'가 흘러나온다.
"어.. 우리세대네.."
"기사님 몇살이야?"
대뜸 반말이다. 느낌이 안 좋다.
"네 57살입니다."
룸미러로 보니 회색머리에 긴얼굴.. 짧고, 간결하게 답한다.
"나 58년 생이야. 반말해도 돼?"
언제 봤다고 반말을 하려고 하시나.. 에휴..
대답하지 않는다.
"난.. 여편네도.. 자식새끼도 없어.."
"기사는 있지?"
"네.. 아내도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시간에 운전을 하고 있지요."
"개인택시야?"
"아닙니다. 회사택시입니다."
"회사야? 회사 내가 확 사 버릴까?"
대꾸하지 않는다. 목적지는 봉산동 원주경찰서 앞이다.
"내가 58년생 특전사 출신이야.. 기사는 어디서 군생활 했어?"
"네.. 철원 3사단에서 근무했습니다.
대답을 길게 늘이며.. 강하고 느리게 말한다.
"나 택시요금 안내도 돼?"
"손님 농담이 재미있으십니다."
원주교를 건넌다. 목적지가 코앞이다.
"경찰서 앞에서 내려드리면 될까요?"
"그래 거기 세워"
좌회전을 하고, 비상깜빡이를 켰다.
"손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카드를 내민다.
"요금은 5,400원 입니다. 결재하겠습니다."
교통카드일리가 없다. 카드삽입구에 넣는다.
잔액부족으로 "결재불가"
대략난감이다.
"손님, 다른 카드 없으실까요?"
천천히 주머니를 뒤지고, 지갑을 열어보고..
자기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전화를 해 보라고 한다.
"띠리리링"
손님의 주머니에서 벨이 울린다.
손님의 전화인 것은 맞다.
"요금은 내일 줄께. 요금 안내면 안되나?"
"손님. 가까운 중앙 지구대로 가겠습니다. "
"영수증 줘."
"손님 영수증은 돈을 내셔야만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불만인지 주먹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영수증 줘"
"손님. 때리시면 안됩니다."
눈을 부릅뜨고, 마주보고 강하게 말한다.
"더 때리면 112로 신고하겠습니다."
영수증을 출력하여 주면서 경찰서 안을 살피니
경찰서 안에 불은 모두 꺼져 있다.
"손님 중앙지구대로 가겠습니다."
"동생한테 전화해 줘." 동생이 입금해 줄거야. "
"010...."
전화를 건다. 스피커 폰 버튼을 누른다.
"택시기사입니다. 승객분이 동생분이라고 전화를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전화바꿔드리겠습니다."
"범석아.. 미안하다."
잠시 이야기 하더니 전화기를 다시 내게 준다.
"네 제 형이 맞습니다. 내일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잠이 덜깬 목소리가 말한다.
"형님하고 시비하지 마시고, 얼른 내려 드리고 가세요."
"네 문자 남겨 드리겠습니다."​
회색머리의 취객은 차문을 열고, 다리를 바깥으로 내 놓고 내릴 생각을 안한다.
"손님 동생분이 내일 입금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안전하게 내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손님의 몸에 손을 대면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미터기를 다시 누르고..
반복해서 이야기 한다.
"손님. 안전하게 내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려서도 한참을 차문 옆에 서있다.
출발하면 위험할 것 같다.
차문을 열고 소리친다.
"손님. 차 옆에 가까이 계시면 위험해서 출발할 수 없습니다."
출발하며 백미러를 보니 골목길로 비틀거리며 들어간다.
다리를 건넌 후 비상깜빡이를 켜고, 동생이라고 하신 분한테.. 문자를 보낸다.
아!.. 잠깐 사이에 진이 빠진다.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갈까?
집이 멀지 않아.. 잠시 이런 생각을 하지만..
아니다. 나는 다섯시부터 세시까지 열시간을 일하기로 했다.
나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이 시간에 일하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최저시급이라도 벌 수 있다.
"온다콜" 
요란한 소리에 거리를 보니 100미터 앞 골목길이다.
비상등을 끄고 천천히 출발한다.
원주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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