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41)
죽음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싶다.”를 읽고 저자 하시다 스가코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있는 오싱의 작가다. 고 스가코는 전쟁을 직접 결정한 사람뿐 아니라, 군수물자를 생산하여 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도 전쟁에 책임이 있다고 하여 일본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분이다. 책 속에서도 오싱의 장자가 죽는 부분에 대해, 전쟁에 참여한 사람을 벌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군국소녀로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자랑스럽게 일했고, 가미가제의 희생양이 될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가는 증명서를 발급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성찰이 담겨있는 “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번역된 일본 책을..
無爲自然 2024.9.9 -스토너를 읽고 평범한 농가에서, 평범한 농부인 부모 밑에서 자란 "스토너"의 삶은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하는 농사처럼 느껴집니다. 왜 이렇게 할까?"하는 생각이 든 부분은 그레이스를 방치하다시피 이디스에게 휘둘리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부분을 빼고, 이디스와의 혼인 유지, 캐서린과의 이별, 워커.로맥스와의 대립, 열정적인 강의, 마치 자서전 같은 느낌의 소설.입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좋은 소설을 읽을 때 가끔씩 빠져드는 상상의 시간도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윌리엄이 영문학에서 느낀 감동이 너무 약하게 표현되어 열정적인 "강의의 원천이 되었어야 할 부분이 사라진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스토너가 억지로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자기의견에 맞추려고 하지 않은 것, 그렇다고 아무것도 ..
허물 허물                                                                 김정호허물이 있다. 느티나무 줄기에 미안한 듯 두 손을 모은 매미 허물이 있다. 살기 위해 저지른 허물 변명조차 없는 용서를 빈다. 내 삶의 허물은 어디에 있을까? 비 갠 아침 느티나무에 붙어 있던 매미 허물은 사라져 없는데..
떡갈나무이야기 3 제 3화새로운 친구  모락 모락 아지랑이 위로, 서쪽으로 넓게 펼져진 도시가 아름다운 봄날이었어요. 어린 떡갈나무는 부드러운 펑거스의 손길에 자신의 뿌리를 맡기고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어요. 작년 봄, 자신의 잎과 가지에 났던 털보다 더 부드럽고, 가는 정령은 정말 놀라운 존재였어요. 엄마나무의 엄마로부터, 그 엄마의 엄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엄청난 이야기들을 아기 떡갈나무에게 전해 주였죠. “정말 놀라워.”어린 떡갈나무는 기쁨으로 몸을 떨며 이야기했어요.“펑거스님. 당신은 엄청난 존재였군요.” “아니란다. 어린 떡갈나무야. 나도 너처럼 숲의 일부일 뿐이란다.”펑거스의 이야기가 부드러운 울림으로 전해졌어요.스치는 바람소리처럼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 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지요.“저는 이제 막 어린나무가 된 ..
떡갈나무 이야기 2 제 2화 “으~응? 누구야?”겨울 잠에서 깨어난 어린 떡갈나무는 깜작 놀랐어요. 엄마나무와 떨어져 이 곳에 온 후론 아무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거든요. “나는 소나무야.”“응? 저기 멀리있는 키 큰 아저씨 같은 소나무?”“그래 맞아, 저기 있는 분이 나의 아빠 나무야.”떡갈나무에게 소나무가 뿌리를 부드럽게 대면서 대답했어요. “너는 어떻게 나에게 말을 걸 수가 있어?” 씩씩한 목소리로 소나무가 말했어요.“내겐 나무의 정령, 평거스의 축복이 있거든..내 뿌리를 보렴.. 양털보다, 더 가늘고 긴 털실로 쌓여 있지?이 것이 정령의 축복을 받은 표식이야.” “정령의 축복을 받으면, 다른 나무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거야?”떡갈나무가 부러운 눈초리로 소나무를 보며 말했어요. 떡갈나무는 금방 잠에서 깨어 봄 햇살..
떡갈나무 이야기 1 제 1화  햇살이 눈부신 어느 봄날이었어요. 치악산 자락에도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차가운 땅속에서 흙을 이불처럼 덮고 자던 도토리 한알이 잠에서 깨어났어요. “우음.... 여긴 어디지?”엄마 나무에 털 달린 모자를 쓰고 매달려 있던 지난 가을이 생각났어요. 토토리 형제들과 재잘거리며 키재기 놀이를 하고 생각이 났어요. 그러다가 형제 중 누군가가.. “우리 모자를 벗고 키를 재보자.”“그러면 키를 더 잘 잴 수 있을 거야.”“그래 맞아 맞아.”그렇게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배부른 다람쥐가 엄마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여기에 자신을 묻던 기억이 났어요. 그리고 추운 겨울이 와서 스스륵 잠이 들었지요. 잠이 깬 도토리는 껍질을 벗고, 어린 싹을 땅위로 밀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여엉차, 여엉..
원주시립합창단 정기공연을 보고 2024년 9월 26일 치악예술관에서 원주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에 아내와 함께 갔다. 앞 부분은 겨울왕국 하이라이트,  뒷 부분은 레미제라블 하이라이트였는데, 성악에 가벼운 안무가 곁들여진 공연이었다.  앞 부분이 새콤달콤한 소스를 살짝 친 양상추 샐러드를 먹는 기분이었다면, 뒷 부분은 지방의 고소함과 입안에서 터지는 육즙이 혀를 타고 놀다가 마침내 목구멍으로 쏙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자베르 경감에게 분노하고, 코제트를 동정하며 읽었던 책이 뮤지컬로  나왔다고 해서 보고싶었는데,  다소 딱딱힐 것 같았던 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또 다른 감동을 선물받았다. 문제는 언젠가 읽으리라 생각만 했었던 레미제라블 원본을 읽고 싶어진 것이다.  뮤지컬을 보는 것은 두세시간 정도 티비 화면에 투자..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고 바다의 신이 이루지 못한 나팔수와 여자의 사랑을 애틋하게 여겨 나팔모양의 씨앗을 만들어 바다에 띄웠다. 씨앗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땅과 하늘을 이을 듯 쑥쑥 자라났다. 달려가고 싶지만 땅에 고정된 두 나무의  뿌리는 바다밑에서 만나 서로 사랑을 나눈다.  [식물들의 사생활 중 순미의 상상 요약]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지만, 땅 속에 눈에 보이는 것보다 두배 이상 다섯배 가까이 되는 뿌리를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뿌리의 만남이 사랑일까? 사실 나무는 에로스적 사랑으로도 바다를 건너갈 수 있다. 수꽃가루가 공중을 날아가 암술머리에 닿는다. 그 것이 초등학교 때 배운 꽃가루받이.. 수분이다.    궂이 땅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사랑을 이룰 수 있다. 바다의 신이 들어주지 않은 그들의 사랑을,..
머나먼 고향 평생을 고향에서 산 사람이노래한다.머나먼 고향 군대갈 때 말곤고향을 떠난 적 없는 사람도고향역을 노래한다. 고향은 어딜까?지금있는 바로 그자리가 아니라면... 노을 뿌리며 해가 돌아가는저 하늘 끝일까? 무지개너머 닿을 듯 말 듯저 산속일까? 속절없이 날은 저문다. 하나 둘사연담은 도시의 불빛은켜져가는데...
가시접기 겨울이 왔습니다. 처음 겨울을 맞는 아기 고슴도치는 추웠습니다. 엄마가 둥지를 비운 때에는 더 추웠습니다. 그래서 서로 가까이 몸을 맞대었습니다. 누가 나를 찌르는 거야? 아픈 것이 추위보다 더 싫었습니다. 가시를 세우면 세울 수록 자신을 찌르는 가시가 더 많아 더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추워도 서로 가까이 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가지고 온 먹이로 배를 채운 아기 고슴도치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와 같이 있으면 따듯한데. 형제들과 있으면  아파요. 추워도  가까이 할 수가 없어요. 엄마 고슴도치가 말했습니다. 형제들과 가까이 지내려면 가시를 접어야 한단다. 날카로운 가시는 적을 찌르는 거야. 그 가시를 접어 몸 가까이 붙이면 네가 혼자 있어도 형제들과 가까이 있어도 따듯할 거야. 원래 따듯한 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