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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 독후감 등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고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고

https://youtu.be/boG26T1pJCo

 

바다의 신이 이루지 못한 나팔수와 여자의 사랑을 애틋하게 여겨 나팔모양의 씨앗을 만들어 바다에 띄웠다. 씨앗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땅과 하늘을 이을 듯 쑥쑥 자라났다. 달려가고 싶지만 땅에 고정된 두 나무의  뿌리는 바다밑에서 만나 서로 사랑을 나눈다.  [식물들의 사생활 중 순미의 상상 요약] 
 
==>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지만, 땅 속에 두배 이상 되는 뿌리를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뿌리의 만남이 사랑일까? 사실 나무는 에로스적 사랑으로도 바다를 건너갈 수 있다. 수꽃가루가 공중을 날아가 암술머리에 닿는다.
   궂이 땅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사랑을 이룰 수 있다. 바다의 신이 들어주지 않은 그들의 사랑을 간청도 하지 않은 하늘의 신이 이루어 주었다. 
  하늘의 신은 소설 어디에도 나오지 않지만...
  심지어 야자는 생물학자에게 나무가 아니고, 풀이다. 그들은  나이테가 있어야 나무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코넛을 나팔모양의 씨앗이라고 한 작가의 상상력은 아름답다. 그저 달착지근한 먹을 것으로만 알던 내게.. 다양한 코코넛의 모양을 찾아보게 했다. 
 
"사진사 아저씨 내 마음을 찍어줘요.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 순미는 사진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사진사는 순미 상상 속의 야자수가 된 나팔수처럼 다리를 잃은 우현이다. 그 녀는 우현에게 간청했었다.
 
"사진사 아저씨, 내 마음을 찍어줘요. 스스르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내 마음을 찍어줘요."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우현을 향한 순미의 사랑만큼 달콤할까? 사람의 사랑이 무한할 수 없다는 걸 순미는 알고 있다.
 
 유한하다는 것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내려올 산을 우리는 올라간다. 다시 지저분해 질 것이지만 날이 밝으면 깨끗하게 씻고 하루를 시작한다. 끝이 없는 것만을 추구하며, 언제가는 추해질 것이기에 사랑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내려올 산이기에 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다시 지저분해 질 것이기 때문에 씻지않고 하루를 지내는 것처럼..
 
  물론 편하긴하다. 씻지 않으면, 하지만 씻으면 개운하고 상쾌해진다.
  선택은 나의 의지에 달렸다. 어느 것도 나쁘지 않다. 깨끗하게 사는 것도, 편하게 사는 것도...
 
  작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나무로 알고 있는 야자수가 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책 제목이 "나무들의  사생활"이 아니라 "식물들의 사생활"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진짜 식물들의 사랑은 "땅 속"에서 "뿌리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수분"을 통해 이루어 진다는 것을.. 신학을 전공한 작가는 이미 "하늘에 계신 분"이 사람들이 원하기도 전에 이루어 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식물들의 사랑"이 아니라 "식물들의 사생활"이 되지 않았을까?
 
  무언가 부족해 보이지만, 항상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기현, 젊은 시절 "찰나같은" 순간의 사랑을 늘 마음에 담고 있는 엄마, 폭력이 일상이었던 시대에 "가까운 사람의  개인적인 폭력"에 희생당한 순미, 정치적인 폭력때문에 희생당한 우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버젼만 달라진 채.. 행해지고 있는 그 폭력.. 과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하면서.. 현재마저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동영상의 배경사진을 제공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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