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1
2024018
"온다콜" 80m 역시 가까운 콜은 온다가 최고다.
출발지에 도착하니 후덕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개를 안고 타도 되냐고 하신다.
"반려견은 상자 안에 넣고 타셔야 하지만, 짖거나 움직이지 않게 해 주셔야 합니다."
반려견은 상자에 넣고타야 한다.
기사와 승객 모두의 안전에 위해가 되는 돌발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하차할 때까지 안고 있으면 타도 된다고 했다.
강아지를 안고 40대 아주머니가 탄다. 그런데..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중학생같다.
흘낏보니 그래도 돌발행동은 안할 것 같다.
"손님 출발하겠습니다."
"A도로 부승원으로 가주세요."
부승원은 B도로에 구원주역로 가는 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A도로라고 하지?
"손님께서 호출하실 때 지정한 경로로 이동하겠습니다."
차에 뒷자리에 앉아서 계속 통화를 한다.
"이모.. 감사해요.. 다음에 또 인사드리러 올께요."
그 후덕한 아주머니가 이모인가 보다.
"오빠.. 내가 못생겼어?.. "
누군가와 한참을 전화중이다.
남부시장으로 향하는 길에..
"아저씨.. 우리 부꾸 귀엽죠?"
"네.. 귀여운데.. 나이가 많은 것 같네요."
"열여덟살이예요."
사람으로는 젋은 나이지만 반려견으로는 이미 80을 넘긴 나이다.
"부꾸야! 엄마가 못생겼어?"
80넘은 할아버지에게 40대 아주머니가 엄마라고 하는 것 같아 재미있는 느낌이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나 나올 듯한.. 그런 느낌.
"아저씨 저 못생겼어요?"
또 다른 데 통화하나 보다..
"아저씨 저 못생겼어요?
"아저씨.. 왜 사람이 묻는데.. 대답을 안해요?"
"네?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B도로로 진입하기 전부터 차들이 많아 신경이 쓰인다.
"아니요? 못생기지 않고 이쁩니다."
"근데요. 제가 못생겨서 싫데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통화를 하던 사람 얘기같다.
"세상 모든 사람은 다 예쁩니다. 손님도 예외는 아니구요."
상투적인 대답 같아.. 덧붙인다.
"한사람한테만 예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맞아요.. 뿌꾸야.. 아빠한테만 이쁘면 되는 거지?"
풍물시장을 지나는데.. 또 묻는다..
"아저씨 저 못생겼어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합니까? 그런 사람하고는 가까이 지내지 마세요."
목적지가 가까와 졌다. 아뿔싸 부승원 자리에 다른 병원이 있다.
온다콜 네비는 A도로 보건소 100m앞을 가리키고 있다.
"손님 부승원이 A도로로 이사를 했군요."
"내가 뭐랬어요. A도로로 가달라고 했잖아요."
날카롭게 언성을 높인다.
"네.. 손님께서 설정하신 경로로 그대로 운행 중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도착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은 7,700원
카드를 내민다. 지불버튼을 누르고 카드를 대니 반응이 없다.
지불버튼을 누르는 사이에 요금은 7,800원으로 바뀌었다.
차가 밀리는 시간이라 요금이 조금 많이 나왔다.
카드 삽입구에 넣으니, 잔액부족..
"손님 다른 카드나 현금 없으실까요?"
"저 돈 다 못내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돌아왔잖아요."
이사한 줄 알았으면 조금 다른 코스로 왔을 것이다.
대로를 타지 않고, 원여중과 일산초등학교을 거쳐 두진하트리움 골목길로..
그랬어도 요금은 비슷했을 것이다. 워낙에 차가 많은 시간이다.
"손님께서 지정한 경로로 이동했습니다."
만원을 내민다.
거스름돈 2,200원을 내 주었다.
"장난해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요금 다 못낸다고 했잖아요."
출퇴근 시간이라 사람이 많다. 정차가 가능한 시간은 10분 정도..
거스름돈을 받고도 온다콜에 전화를 한다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다.
"손님. 항의 전화는 내려서 하셔도 됩니다."
"손님 내리세요."
짜증이 났다. 하지만.. 최대한 차분히 이야기 했다.
"내리지 않으시면 112에 신고를 하거나, 파출소로 가겠습니다."
112로 이시간에 전화를 하면 아마 한시간 이상은 공쳐야 할 것 같다.
그대로 차를 돌려 중앙지구대로 향한다.
"아저씨.. 어딜가요? 지금 장난해요?"
대꾸도 하지 않고 지구대로 향한다.
지구대에 차를 세우면서..
거스름돈으로 준비한 지폐를 주머니에 넣는다.
지구대로 들어갔다.
"손님에게 요금은 받았는데.. 내리지 않아서 왔습니다."
"여자 손님에게 내리라고 했는데도 내리지 않고 버팁니다."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하던 여성 경찰이 "여자"라는 말에 고개를 들고 말한다.
"택시요금을 내지 않았나요?"
"아니요. 택시요금은 받았는데.. 안내리고 버텨서 할 수 없이 왔습니다."
경찰 세분과 파출소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개를 안은 여자는 어느 새 차밖으로 나와 있다.
경찰분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대로 도망치듯 출발하는데, 학성동 방향 신호등이 빨간불이다.
전화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온다콜" "온다콜" "온다콜"
무려 세번이나 반복된다.
온다콜에 콜소리처럼 요란한 진상손님이 많은 걸까?
아니겠지?
세상에는 별 사람들이 다 많은 탓일까?
아니면 집 근처인데도 부승원이 옮긴 것을 모른 내 탓일까?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삼천리 아파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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