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0
새벽 두시. 단구동에는 이시간에 거의 승객이 없다.
단계택지에서 주택가로 이동하는 손님들이다.
모셔다 드리고 신속하게 단계택지로 돌아온다.
정해진 노선이 없는 순환택시 같다.
"삼십리터요."
SK포인트 카드와 함께 회사에서 지급받은 쿠폰을 드린다.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한다.
두시간 정도 계속 운행을 했다.
한 콜만 더 타고 들어가야 겠다.
"온다콜"
충전소를 나서는데.. 콜이 울린다.
청솔2차에서 흥업으로 가는 콜이다.
우회전하며 돌아서니 승객이 보인다.
"천년나무 단지 입구에 내려주세요."
"천년나무요?"
초보기사인 나는 건물이름이나 아파트 이름에 약하다.
"흥업에 하나 뿐이예요"
"네" 하며 주행버튼을 누르고 출발한다.
"아유, 택시요금이 너무 비싸요."
"조금만 가도 오천원이 넘어가니.."
피곤한 듯 몸을 움츠린 여자는
택시요금에 대한 불만을 계속 이야기한딘.
대도시에는 지하철과 버스가 편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말 그대로 지하철과 버스가 대중교통수단이다.
대도시에서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으로 부르기엔 어색하다.
그래서 할증 체계도 다른 듯 하다.
서울택시는 11시에서 12시는 20%, 12시에서 2시까지 40%의 할증이 붙는다.
대중교통이 끊어지기 전에 얼른 집으로 가라는 의도인 듯하다.
다른 중소도시는 모르겠지만, 원주에서 택시는 대중교통이다.
택시 콜이 많은 지역이 대부분 꼬불꼬불한 지역의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가다.
거기다 시내버스노선이 복잡하다.
심지어 시내버스는 걸어서 50분 걸리는 거리를 40분 정도에 가는 경우도 있다.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서 나가야한다.
버스가 배차되어 있어도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시간간격이 있다.
원주 택시요금은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장면 값도 되지 않으니까..
멀리가도 한끼 밥값 정도니까..
그래도 원주에서 택시는 대중교통이니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1986년도에 서울에서 버스비는 학생이 100원, 택시기본요금이 600원, 자장면 값이 600원이었다.
2024년 원주 버스비는 1,600원, 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 자장면 값은 아무리싸도 6,000원이 넘는다.
찰로원은 아직도 2,500원이다. 맛있는 집이다.
서울은 버스 1,600원 택시 4,800원이다.
원주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는 대도시 근처의 도시를 제외하면 충남 아산시 정도다.
부산 근처에 있는 양산, 서울근처의 경기도 하남과 광주같은 도시들 하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아산시는 버스요금 1,500원 택시기본요금은 4,000이다.
기본거리는 아산이 1.4km다. 원주는 1.6km다.
"택시 요금이 비싸긴 하죠.. 버스요금에 비하면.."
그래도 일단 긍정을 한다.
긍정을 하면 논쟁을 피할 수 있다.
모든 주장에는 다 이유가 있다.
논쟁은 감정을 상하게 한다.
잠깐 스치는 인연에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짧은 만남이지만 상대를 기분좋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비는 한블럭 앞에서 좌회전하라고 한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될까요?"
"네. 오른쪽 편의점 앞에 세워주세요."
요금은 8,280원..
"평소에는 7,200원 정도 나왔는데.."
망설이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승객의 까무잡잡한 얼굴을 보며 말한다.
"제대로 된 코스로 이동해서 왔습니다."
"눈길이 미끄러워 서행을 하긴 했지만 요금이 더 나올 정도는 아닙니다."
내민 카드로 계산을 하고 인사를 한다.
"안녕히 가세요. 눈길이 미끄럽습니다."
무실동으로 향하는 길에 요금이 그렇게 더 나올 이유가 없는데..
하며 곰곰히 생각해 본다.
"아! 심야할증을 알려드려야 했구나."
7,200원이면 평소의 요금 정도일 것이다.
할증을 고려하지 않았으니, 당당하게 이야기한 듯하다.
할증요금에 대한 안내를 했다면, 승객이 수긍을 했을 테고,
서운한 마음이 덜했을 텐데..
코스와 속도를 수긍해서 결재를 했지만, 요금에 대해서는 수긍을 못한 듯하다.
요금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서운한 마음이 생길 터였다.
요금만 정당하다 이야기한 내게 잘못이 있었다.
초보기사인 내 탓이다.
내 탓으로 승객과 나의 기분이 상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옵니다."
승객을 주님대하듯 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의는 가졌어야 했는데..
내 일에 정성을 다하지 못한 내 탓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