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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 독후감 등

떡갈나무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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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눈부신 어느 봄날이었어요. 치악산 자락에도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차가운 땅속에서 흙을 이불처럼 덮고 자던 도토리 한알이 잠에서 깨어났어요.

우음.... 여긴 어디지?”

엄마 나무에 털 달린 모자를 쓰고 매달려 있던 지난 가을이 생각났어요. 토토리 형제들과 재잘거리며 키재기 놀이를 하고 생각이 났어요. 그러다가 형제 중 누군가가..

우리 모자를 벗고 키를 재보자.”

그러면 키를 더 잘 잴 수 있을 거야.”

그래 맞아 맞아.”

그렇게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배부른 다람쥐가 엄마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여기에 자신을 묻던 기억이 났어요. 그리고 추운 겨울이 와서 스스륵 잠이 들었지요.

 

잠이 깬 도토리는 껍질을 벗고, 어린 싹을 땅위로 밀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여엉차, 여엉차

땅신령과 물의 정령이 도토리가 잠에서 깨는 것을 대견하게 지켜보고 있었어요.

읏차

흙 덩어리를 밀어 올리고 마침내 도토리는 땅위로 올라왔어요. . 땅위로 올라온 것은 더 이상 도토리가 아니었어요. 보드라운 털로 덮인 가녀린 줄기와 잎이었어요. ! 그래요. 이 도토리는 떡갈나무의 도토리였어요. 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익어가던 도토리였죠. 이제는 더 이상 도토리가 아니라 떡갈나무가 되었어요. 어린 떡갈나무..

 

떡갈나무는 자신의 변화에 놀랐어요. 어리지만 엄마처럼 나무가 되었거든요. 그렇지만 자신의 모습이 엄마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놀란 것이었어요. 자신이 기억하는 엄마는 자신의 근처에 있는 소나무 아저씨처럼 키가 크고 당당한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어린 떡갈나무는 자신도 엄마처럼 완벽하게 자라리라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 나는 엄마처럼 큰 나무가 될거야.”

그래서 잎을 당당하게 쫙 펴고, 자신의 몸도 하늘을 향해 곧게 쭉 뻗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지만 엄마를 떠나 먼 곳으로 온 어린 떡갈나무는 외로웠어요.

좋아, 나도 엄마처럼 크게 자라 새와 다람쥐가 쉴 곳을 마련해 줄거야.”

그래서 완벽한 떡갈나무가 될 꿈을 꾸었어요. 커다란 초록색 잎과, 하늘 높이 솟구칠 듯 자란 자신을 상상했어요.

 

봄날 햇살은 너무 따듯했어요.

.. 너무 따듯해서 좋다.”

햇살을 따라 쫓아다니다 보니, 줄기는 조금씩 구부러 졌어요.

살랑살랑한 봄바람은 너무 간지러웠어요.

아이, 몰라.. 간지럽단 말이야.”

봄바람과 놀다보니 가지도 조금씩 구부러 졌지요.

낮엔 신나게 놀았지만, 밤이 되어 잠들기 전에 자신을 보며 슬퍼졌어요.

비뚤게 자란 자신의 모습 때문이었죠.

속상해. 왜 나는 엄마와 소나무아저씨처럼 완벽하지 못한 걸까?”

하지만 어린 떡갈나무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내일은 더 노력을 해야지. 이러다가 비뚜러진 나무가 되겠어.”

이 숲에 봄에 태어난 것은 떡갈나무 뿐만이 아니었어요. 포플러와 소나무, 단풍나무도 같이 태어 났지요. 같은 봄에 태어났지만 곧게 자란 소나무와 포플러를 본 떡갈나무는 슬퍼졌어요.

 

여름이 와서 줄기와 가지는 더 굵어졌고, 잎은 털을 벗고 더 색이 짙어졌어요. 여름의 세찬 비바람에 커다란 잎사귀가 찢어지기도 했고, 커다란 잎 덕분에 가지가 부러질 뻔하기도 했어요.

 

여름이 지나고 치악산 자락에도 가을이 왔어요. 완벽하게 새파란 잎을 달고 있는 소나무를 보고, 떡갈나무의 잎은 부끄러워 붉게 물들었어요. 불타는 듯 완벽하게 붉은 단풍을 보고 떡갈나무는 탄식을 했어요.

! 나는 왜 완벽하지 못하지?”

이러다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는 하는걸까?”

탄식하며 잎을 다 떨군 어린 떡갈나무는 도토리처럼 스르륵 겨울잠에 빠져들었어요.

 

어린 떡갈나무가 자라는 치악산 자락의 겨울은 새하얀 눈과 바람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었어요. 푸른 소나무 잎를 이불처럼 덮고 있던 하얀 눈이 모두 녹아버린 이른 봄, 소나무는 떡갈나무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어요. 지난해 슬퍼하던 떡갈나무를 지켜보던 어린 소나무는 떡갈나무를 위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뿌리를 떡갈나무 쪽으로 뻗었어요. 마침내 어린 소나무의 뿌리가 떡갈나무에게 닿았어요.

떡갈나무야 일어나 볼래? 봄이 왔어.”

나무는 봄이 되면, 뿌리가 줄기보다 먼저 자란답니다. 그래서, 나무들은 흙 속에서 뿌리끼리 만납니다. 소나무는 뿌리를 통해 떡갈나무에게 말할 수 있었어요. 물론 나무들의 말로 말이예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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