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6
새벽 1시 경 혁신도시 보스코아호텔에서 단구동 노브랜드로 가는 온다콜을 잡았다. 고객까지 거리는 1km. 이시간에는 혁신도시에서 나가는 콜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미터기의 예약버튼을 누르니 빈차 표시가 파란 예약 표시로 뜬다. 스피커에서는 트로츠키 행진곡이 경쾌하게 울리고 있다. 고객 위치로 이동하니, 회전로타리 앞 횡단보도에 건장한 30대들이 5명 정도 있다. 교통량은 없지만 횡단보도에 정차를 하면 사고의 위험이 있다. 교차로 직전에 있는 공간에 정차를 하며 비상깜박이를 켰다. 잠깐 스치는 표정이 "뭐야? 왜 저기에 섰어?"하는 것 같다.
인상이 좋아 보이는 건장한 세 남자가 탔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마치고, 목적지로 향하며, 손님들에게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
앞에 않은 체격 좋은 손님이 "예. 말씀하세요." 하고 이야기 한다. 술냄새가 약하게 난다.
"회전로타리 바로 앞의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건너라고 만들었기 때문에 정차하기에는 위험합니다. 요즘에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그래서 횡단보도 전의 공간에 정차를 했으니 불편하시더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하게 느꼈는데..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손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불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와 손님의 만남은 짧은 순간이다.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두 마디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차하면 혼자타신 분은 거의 휴대폰과 놀고 있고, 여럿이 타신 분들은 서로 대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회전로타리는 교차로의 통행을 편하게 한다. 조금만 양보를 하고, "회전차 우선, 진입차 양보"라는 간단한 원칙만 지키면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전교차로에 바로 붙여서 만든 횡단보도다. 심지어 어떤 손님들은 회전교차로에서 바로 빠져나가는 횡단보도에서 손을 흔든다. 교통상황을 보고 그냥 정차를 하기도 하지만, 횡단보도를 지나서 공간이 있는 곳에 차를 세운다. 그러면 열사람 중에 아홉사람은 불편한 표정으로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한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있으면, 차량은 일단정지해야 하는 곳이다. 회전로타리는 차가 계속 주행을 하며, 자기 주행 방향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공간이다. 회전로타리에 차를 세우면 다른 차들 까지 연속으로 정차를 해야한다. 회전로타리에 바로 붙여서 만든 횡단보도는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고, 순간적인 교통정체를 만들 수도 있다. 회전로타리에서 차량이 한두대 정도 정차할 공간... 56미터 정도는 떨어져서 만들어야 회전로타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손님. 제가 불편하게 만든 대신 최대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