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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 독후감 등

할증

20240105
구곡두산아파트 103동 끝에서 손님이 하차하고, 돌려서 나가는 길에 온다콜을 받았다. 출발지는 구곡성당,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콜이다. 보통은 이 시간에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콜은 잘 받지 않는다. 술에 만취한 손님이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치가 성당이라 출발하면서 시간을 보니 11시 58분, 손님위치까지는 500m가 채 되지 않는다. 그냥 가서 태우면, 요금 할증이 없는 손님이 되고, 조금 늦게 가면 할증 요금이 붙는 손님이 된다. Agnus DEI가 귀에 들리고, 목적지가 성당이라는 것 때문에 잠시 시간을 지체할까 하는 유혹을 물리쳤다. 모든 것이 그 분의 뜻이리라. 구곡성당을 빠져나오는 차들 사이로 아주머니 한분이 반갑게 손을 흔드신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니
안... 녀.. 안 녕.. 하.. 세.. 요. 
억지로 짜낸 듯한 목소리기 힘들게 들린다.
에효..
이 시간에 차를 잡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쉽게 잡았다며 좋아하신다.
"성당에 모임이 있으셨나봐요? 밤 늦은 시간인데.."
6~7년 전에 구곡성당에서 있었던 성령기도회에 다녀왔던 생각이 났다. 이시간 쯤이었던것 같았다.
"기도 모임 마치고 나오시나 봐요?"
"천주교 신자세요?" 힘들게 몇번을 끊어지듯 말씀하신다.
"몇년 전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요."
"그럼 다음에 한번 오세요." 
힘들어 하셔서, 더 이야기 안하셨으면 좋겠는데.. 끝까지 말씀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이야기 하며 짧은 기도를 드린다.
"주님. 이 자매의 목이 나을 수 있도록, 목이 쉴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시고, 치유과 건강의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빕니다."
성당에서 고개너머의 목적지에서 도착했다.
"자매님의 건강을 위해 부족하지만 기도를 드렸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 안전운행하세요."
전화기에서 소리가 울린다. "온다콜" 

원주 구곡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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