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 썸네일형 리스트형 떡갈나무 이야기 1 제 1화 햇살이 눈부신 어느 봄날이었어요. 치악산 자락에도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차가운 땅속에서 흙을 이불처럼 덮고 자던 도토리 한알이 잠에서 깨어났어요. “우음.... 여긴 어디지?”엄마 나무에 털 달린 모자를 쓰고 매달려 있던 지난 가을이 생각났어요. 토토리 형제들과 재잘거리며 키재기 놀이를 하고 생각이 났어요. 그러다가 형제 중 누군가가.. “우리 모자를 벗고 키를 재보자.”“그러면 키를 더 잘 잴 수 있을 거야.”“그래 맞아 맞아.”그렇게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배부른 다람쥐가 엄마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여기에 자신을 묻던 기억이 났어요. 그리고 추운 겨울이 와서 스스륵 잠이 들었지요. 잠이 깬 도토리는 껍질을 벗고, 어린 싹을 땅위로 밀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여엉차, 여엉..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고 바다의 신이 이루지 못한 나팔수와 여자의 사랑을 애틋하게 여겨 나팔모양의 씨앗을 만들어 바다에 띄웠다. 씨앗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땅과 하늘을 이을 듯 쑥쑥 자라났다. 달려가고 싶지만 땅에 고정된 두 나무의 뿌리는 바다밑에서 만나 서로 사랑을 나눈다. [식물들의 사생활 중 순미의 상상 요약]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지만, 땅 속에 눈에 보이는 것보다 두배 이상 다섯배 가까이 되는 뿌리를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뿌리의 만남이 사랑일까? 사실 나무는 에로스적 사랑으로도 바다를 건너갈 수 있다. 수꽃가루가 공중을 날아가 암술머리에 닿는다. 그 것이 초등학교 때 배운 꽃가루받이.. 수분이다. 궂이 땅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사랑을 이룰 수 있다. 바다의 신이 들어주지 않은 그들의 사랑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