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선
김정호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을 원망하기보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곱게 가지려하지만,
늘 다른 사람을 향해
으르렁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내가 가진
시선이 곱지 않기에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하나 하나 내게
상처를 주는 가시가 됩니다.
좋은 의도로 하는 말도
사랑의 뜻이 담긴 행동도
생각없이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상처를 받습니다.
내 눈에 비추어,
상대방도 나처럼 보겠지.
하고 미루어 짐작한 탓입니다.
제 탓이지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상처주기 위해서 가시를 세우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곁에 있는 사람들을 너그럽게 안아 줄
여유가 없는 탓에
그들의 말과 행동을 오래 가슴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나를 보는 상대방의 시선은
그의 것이 아니라
내것입니다.
2011년 10월 어느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