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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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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6. 05:06
20240110
10시가 넘으면 태장동으로 향하는 콜은 반갑지 않다.
다시 나오는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우산동이나 A도로 쪽으로 나와야 한다.
먹을 만한 맛집이 태장동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태장동 사는 사람들 부자되게..
그리고 나도 빈차로 나오지 않게.. ㅎㅎ
이안아파트는 이름 그대로 태장동 제일 안쪽에 있다.
태장동 이안 제일 끝에 손님을 내려드리고 천천히 향한다.
빈택시가 세대 정도 서있다.
"온다콜"
700m 태장동 119생삼겹살이 출발지다.
목적지는 없는 전화콜이다.
호출한 사람이 번호를 알 수 있게 예약등을 누른다.
예약등은 LED로 예약이라는 글씨 옆에 차량 번호가 파란색으로 깜빡인다.
출발지에 두 부부가 손을 흔든다.
"안전하게 잘 데려다 주세요."
조수석 창문으로 동그란 얼굴의 여자분이 만원을 내민다.
"손님에게 직접 드리셔요."
만원때문에 있었던 시비가 생각난다.
그래도 구지 내게 돈을 주신다.
"여기 있습니다."
받은 만원을 뒷좌석의 남자분에게 드렸다.
"출발하겠습니다."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배웅을 나온 부부가 차에서 너무 가깝다.
"이편한세상으로 가주세요."
"상록프라자 지나서 왼쪽으로 들어가는 아파트죠?"
초보기사인 나는 아파트 위치를 다시 확인한다.
"밥값을 우리가 좀 내면 어때서,, 택시비를 주고 그래?"
검붉은 얼굴의 남편 목소리가 들린다.
퉁명스러운 말인 것 같지만, 말투는 부드럽다.
"그러게 말이야? 얼마 나오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내가 맞장구 친다.
"그러게 얼마 나왔지?"
남편이 영수증을 찾는듯 부산하다.
"만원을 돌려 주셨나봐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남편은
"네. 같이 즐겁게 밥을 먹었는데.. 우리 택시비를 내다니요.."
목적지가 가까와 졌다.
"정문쪽에 내려드릴까요? 아니면 정문 전에 있는 계단 쪽에 내려드릴까요?"
"원하시면 동앞에서 내려드릴 수 있습니다."
요금때문에 대부분 정문 가기 전의 계단에서 내린다.
4,200원을 카드로 결재한다.
돈은 여자분이 기사인 내게 주셨지만, 그 마음은 알 듯하다.
배웅하던 부부를 위해 그 돈을 지출하신 것이 아닐까?
동그란 얼굴의 여성분이 택시기사인 내게 호의를 베풀일은 없다.
만원에 담긴 호의는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부부를 향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지난 번에 있었던 불쾌한 기억이 생각난다.
가현동에서 단계동으로 갔던 그 가족..
'아! 내 생각이 짧았구나.'
살아 온 세월만큼 나도 어느 정도 도리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무척 가볍고 기쁘다.
돈이라는 우상으로 부터..
맘몬의 유혹으로 부터..
자유로와 졌기 때문이 아닐까?
시내 방향으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신호대기를 하는데..
"온다콜"
방금 나왔던 그 아파트에서 다시 콜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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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향한 호의를 돈으로 보았던, 내 마음 속 맘몬을.. 나는 비로소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돈"이라는 맘몬을 위해 일하는 나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