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봉헌축일 강론
2025년 2월 2일 주님봉헌축일
무실동성당 박정원 요한 신부님 강론
1. 인사말
찬미예수님 지난 한 주간도 잘 지내셨어요. 오늘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말 그대로 예수님께서 구약의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던 것처럼 그 출발 즉 모세의 율법에 따라 사내아이를 복원하는 예식을 했던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강론을 어떻게 준비할까 사실 고민을 하던 중에 성모님의 심정을 한번 따라가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각론을 준비했습니다. 눈을 감고 한번 어머니의 마음을 함께 따라가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던 중에 눈을 감고 있으니까 다른 생각이 좀 들 수도 있잖아요. 그럼 이제 다른 생각을 하시고, 혹여나 조금 졸리면 그냥 주무시면 됩니다.
2. 성모님의 마음
이제는 때가 되었다며 위안을 삼아보지만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진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 그녀는 생각했다. 남들 다 하는 이 예식이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하느님께 봉헌되어야 한다는 이 예식이 난 왜 이리도 슬픈 걸까 점점 더 무거워지는 발걸음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입성한다. 오늘은 예상한 것처럼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내아이를 등에 업고 거니는 여인들, 성전에 모여서 통곡하며 기도하는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 산비둘기나 집비둘기를 팔기 위해서 예루살렘 성벽 밖에서 소리치는 장사꾼들까지 그 소란스러움을 한몫 더한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 또 다짐한다. 이 아이 하느님께 받은 것이니 하느님께 봉헌하는 게 맞는 거야.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어느새 성전 문 앞에 다다랐다.
2. 시메온의 고백
그런데 갑자기 그 순간 어느 한 노인이 그녀 곁에 다가선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팔로 덥썩 나의 아기를 받아 안고 눈을 하늘을 눈을 하늘을 향해 올려뜨며 말한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가게 해주셨습니다. 저의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계시의 빛이 될 것이고. 당신 백성인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노인의 말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계시의 빛, 이스라엘의 영광, 이 아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길 걸 생기는 것일까? 이 아기가 태어난 날부터 줄곧 모르는 사람들이 이 아이를 향하고 있구나. 곁에 서 있던 그녀의 남편 역시도 놀란 듯 보인다. 그러나 그녀와 그녀 남편은 그 노인의 선한 눈매와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고서 또 아주 단호하지만 따스함이 배어 있는 신앙 고백을 듣고서는 절로 고개를 숙인다 일단 판단은 보류하기로 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니 그 노인은 그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고선 조심스레 입술을 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또 때로는 일어나기도 할 것이고. 또 마지막에는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것처럼 너무나 아플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를 통해서 많은 사람의 마음 속 생각들이 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3. 성모님의 기도
그녀는 이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볼 위로 흐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다. 내 영혼이야 칼에 꿰찔리는 아픔을 견뎌낼 수 있지만 이 작디 작은 아기가 많은 사람들을 쓰러지게도 하고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될 것인가? 오늘따라 유달리 강렬했던 태양 아래 그녀는 남몰래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는 하느님께 재물과 아들을 봉헌하고 다시 집으로 향하려는 순간 이번에는 한 여인이 다가서더니, 그녀의 아이를 가리키며 이런저런 말을 한다. 왜 자꾸 이 아이에게는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그녀는 그녀의 남편 요셉과 아이를 품에 안다 고향 나자렛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그 길목 위에서 그녀는 자신이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서 하느님께 드렸던 약속이 떠올랐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녀는 돌아가는 걸음걸음마다 다시금 기도한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제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아픔을 겪는다 하더라도 제 삶을 당신 뜻대로 하소서. 이해되지 않는 일들 영혼이 꿰찔리는 아픔이 있는 일들, 고통이 있는 순간에도 당신 뜻대로 하소서. 이미 이 아이는, 그리고 저는 당신께 봉헌된 당신의 아들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