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이야기 3
제 3화
새로운 친구
모락 모락 아지랑이 위로, 서쪽으로 넓게 펼져진 도시가 아름다운 봄날이었어요. 어린 떡갈나무는 부드러운 펑거스의 손길에 자신의 뿌리를 맡기고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어요. 작년 봄, 자신의 잎과 가지에 났던 털보다 더 부드럽고, 가는 정령은 정말 놀라운 존재였어요. 엄마나무의 엄마로부터, 그 엄마의 엄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엄청난 이야기들을 아기 떡갈나무에게 전해 주였죠.
“정말 놀라워.”
어린 떡갈나무는 기쁨으로 몸을 떨며 이야기했어요.
“펑거스님. 당신은 엄청난 존재였군요.”
“아니란다. 어린 떡갈나무야. 나도 너처럼 숲의 일부일 뿐이란다.”
펑거스의 이야기가 부드러운 울림으로 전해졌어요.
스치는 바람소리처럼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 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지요.
“저는 이제 막 어린나무가 된 도토리예요. 펑거스님.”
떡갈나무가 자신의 머리 끝에 달린 작은 잎을 장난스레 흔들며 말했어요.
“나는 먼지보다도 더 작은 포자였단다. 몇백 년 전 어느 봄날에는”
“갈참나무님의 도움으로 포자가 지금처럼 가느다란 균사가 되었지.”
“펑거스님의 씨앗이 그렇게 작은 포라자니.. 정말...!”
떡갈나무의 작은 가지가 놀라움으로 흔들였어요.
“소나무의 펑거스님. 앞으로 잘 부탁해요.”
떡갈나무가 제법 어른 스럽게 말했어요.
“저도 잘 부탁드려요. 어린 떡갈나무님.”
어린 떡갈나무는 펑거스의 축복을 통해,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소나무 아저씨와, 엄마나무의 큰 키를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았어요. 크기보다는 서로 도우려는 마음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펑거스의 지혜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죠.
이제는 떡갈나무의 정령이 된 펑거스의 축복 덕분에 떡갈나무는 뿌리를 더 멀리 뻗을 수 있었어요.
“영차, 영차.”
정령과 떡갈나무는 함께 땅속을 헤치며 여행했어요.
혼자의 힘으로도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뿌리 끝을 장갑처럼 싸고 있는 균사 덕분에 더 쉽게 여행할 수 있었죠.
“아. 부드러워.”
부엽토가 쌓인 곳은 흙이 부드러웠어요.
“까칠 까칠, 간질간질한 느낌은 모래가 많은 흙이구나.”
어느 뿌리 끝은 바위에가서 닿기도 했지만, 떡갈나무는 포기하지 않고, 하루를 완성해 갔어요.
흙 속에서 대지의 정수를 찾아내면 정말 신이 났어요. 대지의 정수는 나무가 건강하게 크는 데 꼭 필요한 음식같은 것이랍니다. 붉은 색, 회색, 검은색, 대지의 정수의 색은 다채로웠어요. 정령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덜 힘들고, 더 빨리 자랄 수 있었었어요.
떡갈나무의 정령은 더 많은 실들을 만들어 떡갈나무의 뿌리를 보호하고, 더 많은 물과 대지의 정수를 전해 주었기 때문에 떡갈나무는 태양의 정수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낸 태양의 정수를 땅속의 정령에게 나누어 주었죠.
떡갈나무와 정령은 그렇게 서로 도와가며, 각자의 하루를 땅 속에서 완성해 갔어요.
치악산 자락의 땅속에는 다른 어린 나무들도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작년에 도토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예요. 어린 포플러도 그 중의 하나 였어요.
“바쁘다 바빠..”
나무의 씨앗치곤 너무 작은 씨앗에서 태어난 포플러는 늦게 자라면, 주변의 풀들이 먼저 자라 햇빛을 받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른 여름철에 싹이 트자 마자, 서둘렀어요.
“우선은 얕게라도 뿌리를 뻗어야지. 영차 영차.”
어린 떡갈나무는 펑거스와 축복으로 다른 나무와도 인사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친구가 더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소나무를 만나서 나무의 정령을 만났고, 나무의 정령은 어린 떡갈나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숲의 신비를 알려 주었죠. 다른 나무들을 만나면 세상을 점점 더 많이 알게 될 것같은 생각이 들서 설레었습니다. 그렇지만 서둘지 않고, 매일을 완성해 가는 중 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뿌리 위로, 빠르게 다가오는 뿌리를 보았어요. 뿌리가 자라는 속도가 떡갈나무보다도, 소나무보다도 훨씬 빨랐어요. 그래서 펑거스의 축복으로 덮인 뿌리를 내밀었어요.
“안녕! 친구. 나는 떡갈나무야. 너는 정말 빠르게 크는구나.”
“바쁘다 바빠.. 영차..... 응? 누구...야?”
자라는 데만 집중하던 포플러는 화들짝 놀랐어요?
딱딱한 흙 속에서 자라며 느낀 감촉과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움이 살짝 좋았어요. 그렇지만, 포플러는 마음이 급했어요. 풀보다 더 빨리 자라야 했거든요.
“떡갈나무야. 나는 포플러라고 해. 하지만 너와 이야기하고 있을 틈이 없어.”
“영차 영차.. 좀 더 힘내자..”
포플러는 떡갈나무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포플러야. 나에게 잠깐.... ”
떡갈나무는 말을 하다가 멈췄어요.
포플러의 뿌리가 점점 더 멀리 뻗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죠.
떡갈나무도 빠르게 자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서둘긴 싫었어요.
엄마나무와 소나무가 말해 주었던 “하루의 완성”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말할 시간마저 주지 않는 포플러가 야속했지만, 떡갈나무는 서둘지 않았아요.
떡갈나무도 토토리에서 나무가 되었던 때가 생각났어요.
완벽하려고 노력했던 그 때가..
그래서 서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어요.
to be cont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