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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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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6. 04:40
20240109
"온다콜" 소리가 연신 울린다. 눈이 오니 콜을 잘 안 받나 보다.
출발지는 원주경찰서, 도착지는 명륜동이다. 콜을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
엔진 오일을 갈고 집으로 쉬러 가는 길이다. 일과 휴식은 구분되어야 한다.
연달아 울리는 콜에 마음이 약해진다. 수락을 누른다.
돈에 대한 욕심일까? 택시를 탈 수 없어 답단한 승객에 대한 배려일까?
원주교를 건너 원주경찰서 앞에 신호대기를 한다.
인상좋은 아주머니 한분과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키가 큰 할아버지가 왼쪽에 서 계신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뒷자리에 타고, 문을 닫으신 아주머니가 앞자리에 앉으신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한참을 콜했어요."
말을 마친 아주머니는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한다.
"아유 형님. 그건 신부님이 성당에 오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이 아니잖아요."
"신부님이 빼짝 마르셔서 그런지.. 많이 드시지도 않아요."
"네..네.. 그래요 형님 꼭 오세요."
원주교에서 시작한 통화가 남부시장을 돌며 끝난다.
"어느 신부님께서 그렇게 빼짝 마르셨어요?"
"어머, 성당다니세요?"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네.."
대답은 하지만 쑥스럽다.
"무실동 성당이요."
"박정원 세례자요한 신부님이죠?"
"마르지는 않고 날씬하신거 같은데..."
말 끝을 흐린다.
"어머. 잘 아시나봐요?"
"어느 성당 다니세요?"
반가운 표정을 하신다.
"그냥.. 주일만 지킵니다."
쑥스러하실까 해서 무실동이라는 이야기는 뺀다.
"할머니들이 신부님께서 성당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삐치셨어요."
인상좋은 아주머니가 천천히 이야기 한다.
"네? 신부님이 성당을 나오지 말라고 하셨다고요?"
"그럴리가 있겠어요?"
"눈길에 미끄러워 다치실까봐 나중에 성사보시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주머니가 안타까운 듯 이야기한다.
연세있으신 분들은 눈길에 미끄러지기 쉽다.
미끄러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신부님의 말씀을 오해하셨을까?
신부님은 배려를 하셨는데..
그 배려를 위한 말씀에 서운하신 할머니가 계신가 보다.
이건 확실히 오해는 아니다. 서운함이다.
"동원주유소 전에서 들어가시면 되요."
"동원주유소요? 파출소 지나서 있는 주유소가 동원주유소인가요?"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서 평화의 집에서 세운다.
아주머니가 5,300원 요금을 내미신다.
잔돈은 안주셔도 된다는데 구지 손에 쥐어 주신다.
"안녕히 가세요."
"네. 눈길에 조심하세요."
승객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호출 버튼을 누르고 집으로 향한다.
눈이오면 승객들은 택시를 잡기 어렵다.
눈이 오면 개인택시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으니까 그런 것 같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하루 벌은 돈 이상이 지출되어야 한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2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하신 법인택시 기사님들도 운행을 하지 않는다.
개인택시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사고가 나면 안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법인택시는 사납금이라는 것이 있다.
사납금은 회사에 입금해야 되는 최소한의 금액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20일 동안 15만원을 입금시켜야 한다.
그래야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인택시 기사는 눈이오는 날도 일을 해야 한다.
물론 나도 눈이 오는날 운전을 한다.
스노우타이어를 믿으면 안된다.
미끄러지지 않게 반드시 서행하여야 한다.
내리막에서 미끄러 지면 하염없이 미끄러지므로 특히 위험하다.
그래서, 눈이오는 날에는 운행 코스 중에 급경사가 있으면 반드시 피해서 가야한다.
단계동 평생교육정보관 옆길 같은 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안전거리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를 띄워야 한다.
서행과 우회하는 이유에 대해서 승객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승객들은 표현을 하던 하지 않던 요금에 예민하다.
자기 주머니에서 원하지 않는 돈이 나가는데, 누가 대범할 수 있을까?
다음날 아침을 먹으며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노인들은 성당나오는 게 유일한 낙이야.
손주들 오는 거 외에는 유일한 바깥 활동이고.."
"당신이 신부님께 슬쩍 말씀드려봐요."
사실 신부님께 말씀드려야 되나, 망설였다.
안그래도 신경쓰실 것 많고, 예민하신 분인데,
잘 알아서 하실 분인데.. 하고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 말씀드릴지는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