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 이야기 2
제 2화
“으~응? 누구야?”
겨울 잠에서 깨어난 어린 떡갈나무는 깜작 놀랐어요.
엄마나무와 떨어져 이 곳에 온 후론 아무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거든요.
“나는 소나무야.”
“응? 저기 멀리있는 키 큰 아저씨 같은 소나무?”
“그래 맞아, 저기 있는 분이 나의 아빠 나무야.”
떡갈나무에게 소나무가 뿌리를 부드럽게 대면서 대답했어요.
“너는 어떻게 나에게 말을 걸 수가 있어?”
씩씩한 목소리로 소나무가 말했어요.
“내겐 나무의 정령, 평거스의 축복이 있거든..
내 뿌리를 보렴.. 양털보다, 더 가늘고 긴 털실로 쌓여 있지?
이 것이 정령의 축복을 받은 표식이야.”
“정령의 축복을 받으면, 다른 나무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거야?”
떡갈나무가 부러운 눈초리로 소나무를 보며 말했어요.
떡갈나무는 금방 잠에서 깨어 봄 햇살에 눈이 부셨어요.
뿌리를 통해 전해지는 따스한 기운도 함께 느꼈지요.
지난 해 토토리였을 때 느낀 따스함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무언가 부드럽고, 포근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따스함이었어요.
엄마나무에서 함께 자라던 형제들에게서 느꼈던 친근감도 느껴졌어요.
소나무의 정령은 어린 떡갈나무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떡갈나무가 소나무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소나무는 떡갈나무의 행복을 알고 있었어요. 자신도 느꼈던 감정이었거든요.
“소나무야 반가워. 그리고 내게 말을 걸어줘서 고마워.”
떡갈나무는 외로웠다고 말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고맙다고만 인사를 했어요.
“내게도 정령의 축복이 있었으면 좋겠어.
다른 나무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령의 축복은 아빠나무가 내게 전해 준거야.“
”네게 필요하다면 조용히 눈을 감고.. 정령의 손길을 느껴봐..“
”그리고는?“
떡갈나무는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리고는.. 정령의 손길에 네 몸을 맡기고 기다리는 거야.“
”정말 그것뿐이야?“
조급해진 떡갈나무에게 소나무가 말했어요.
”네가 완벽하길 바란다면, 너는 더 강해져야 할거야.
외롭고 어려운 길이 되겠지?
그렇지만, 정령의 손길과 함께라면, 너는 엄마나무처럼 완성되어 갈거야.“
소나무는 떡갈나무가 말하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어요.
물론 정령의 축복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것이지요.
”엄마나무도 정령의 축복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알 수 있지? 엄마나무는 먼 곳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는데?”
떡갈나무는 엄마나무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땅속은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지요. 거기에 형제들과 재잘거리는 데 정신이 팔려서 엄마의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어요.
소나무의 이야기에 어린 떡갈나무는 엄마의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어요.
“도토리야! 너는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란다.
“너도 나처럼 커다란 떡갈나무가 될거야.”
엄마의 잎은 비와 바람, 햇살의 축복으로 찰랑 찰랑 눈부셨어요.
엄마의 가지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엄마의 그늘엔 토끼와 사슴의 놀이터가 되었어요.
가끔은 사람들도 쉬어가곤 했죠.
“나는 이렇게 작은데.. 정말 엄마처럼 될 수 있어요?”
“그럼.. 너도 나처럼 될 거란다. 아가야.”
“내가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될 수 있어요? 힘들고 어렵지 않아요?”
“힘들고 어렵지 않단다.
오늘을 하루 하루 채워가며 완성시켜가는 거야. 그러면 된단다.”
”하루를 완성시킨다구요? “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눌 땐, 이야기에 집중하고,
햇살이 너를 어루만질 땐 그 햇살을 즐기는 거야.
바람이 스쳐갈 땐 바람과 놀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 하루를 완성시키면 되는 거야.“
”정말 그것 뿐이예요?“
엄마에게 물으며, 도토리는 형제들과의 놀이에 바빴지요.
그렇게 대답하는 엄마의 모습은 도토리에겐 완벽해 보였어요.
그래서 어린 떡갈나무는 완벽해 지려고 노력했어요.
한숨도 쉬고 한탄도 하며 말이예요.
소나무의 말에 엄마가 떠올랐고, 엄마의 이야기도 생각이 났어요.
”완벽보다 완성이 중요한 것이구나.“
떡갈나무는 엄마의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자신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정령의 축복을 받아들일 때라는 걸 알았지요.
그래서 조용히 눈을 감고, 소나무의 뿌리 끝에서 전해 오는 평거스의 감촉에 몸을 맡겼어요.
“바쁘다 바빠.. 영차..... 응? 누구...야?”
to bo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