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독후감 등
치킨과 사라다
글바치
2024. 2. 16. 04:35
20240109
소변이 급하진 않지만.. 미리 따뚜공연장으로 가는 길이다.
단구동 롯데시네마 가기 전.. 신호대기를 하다가 콜을 잡았다.
바로 길 건너에 승객이 보인다. 앞에서 오는 차는 없다.
신호등 전에서 유턴하고 싶다. 참고 사거리 전에 있는 흰색 점선에서 유턴한다.
고개을 태우고 다시 유턴..
단구동 롯데시네마에서 단구중학교 후문.. 딱 기본요금 거리다.
가까운 콜이 아니었으면 잡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여기는 근처에서 콜이 많이 터진다.
원동아파트, 현대아파트, 진로아파트... 밀집 구역의 중간이다.
눈길에 경사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대아파트에 하차하는 도중..
"카카오티"
380m 자동결재 콜이다.
출발지는 원동아파트,
목적지는 단계택지.. 기본요금이 살짝 넘는 거리다.
눈길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그래도 덜 미끄러진다.
아파트로 접어들어 높은 곳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도중..
승차 위치에 기다리는 손님이 보인다.
보통키에 통통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뛴다.
짧은 거리지만 위험하다. 그것도 경사지에서..
"뛰지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창문을 열고 소리친다.
"안녕하세요. 길이 많이 미끄럽죠?"
승객이 뒷문을 닫자, 뒷 좌석을 보지도 않고, 목소리만 상냥한 인사를 한다.
"콜이 안잡힐 줄 알았어요. 한참을 호출했는데, 잡히지 않더라구요."
흥분한 듯 목소리의 톤이 높다.
이 시간에 단계택지는 보통 저녁식사 약속이나, 술약속이다.
어디 좋은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눈이 와서 차들이 많이 안 다녀서 불편하시죠?"
눈이 오지만 반가운 사람들은 만나야 한다.
사람은 누구든 만나야 행복해 지는 거 아닐까?.
"6시 경에 배달을 시켰는데.. 눈이오니까 배달도 되지 않아요."
"오토바이는 눈길에 미끄러지기 쉬우니까.. 운행하기 어려울 듯해요."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치킨 언제오냐고 보채서.."
"전화하니까 차로도 배달한다는데.. 차도 많이 없나봐요."
"눈 내리는 거 지겨워요.."
통통한 새댁이 불만스럽게 말한다.
"그래서 가지러 가시는 길이세요?"
엄마들은 참 대단하다.
"눈이 내리면 겨울 같아서 전 좋은데.."
이야기는 했지만, 새댁이 참 대견하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잘 잡히지도 않는 택시를 타고
눈길도 마다하지 않고 가는 새댁이 대견하다.
제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치킨만 찾아서 바로 나올 건데 기다려 주실 수 있으세요?"
아주머니가 미안한 듯이 말한다.
"죄송합니다. 잠시 통화 좀 하겠습니다."
잠시 신호가 가고.. 친구가 전화를 받는다.
"접니다.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요."
"대기를 할 때 요금 결제 처리를 하고, 다시 끊는게 쌀까요?"
"아니면 끊지 않고, 그냥 대기해서 한꺼번에 계산하는게 쌀까요?
초보기사인 내겐 17년 택시 베테랑 친구.. D가 있다
D는 이런 경우는 따로 끊어서 내는 것이 싸다고 한다.
"대기하면 요금이 합산되서 더 비싸게 나온답니다."
"내리시면서 결재하시면 차 돌려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몇 백원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런 내가 너무 알량한 느낌이 든다.
어릴 적 겨울이면 어머니는 가끔 사라다를 해 주셨다.
살짝 삶은 당근에 사과를 깎둑썰고, 삶은 달걀도 썰어 넣고,
오뚜기 마요네즈로 버무린다.
김치담그던 커다란 함지박에 하나 가득..
네 남매를 키우시던 어머니는 손이 컸다.
클 수 밖에 없었다.
맛있는 것으로 자식들의 배를 불리고 싶은
우리 엄마의 마음이 함지박 만했을까?
그래서 나는 일본말인 사라다를 우리 전통음식이라고 우긴다.
경상도말이건 제주도 말이건.. 엄마가 쓰는 말이 표준말인 것처럼..
사라다라는 말은 일본말일지라도 사라다는 전통음식이다.
지구의 어떤 나라가 과일와 야채를 마요네즈로 잔뜩 버무려서 먹는가?
음식 자체는 순 우리 식이다.
그러니 사라다는 우리 전통음식이라고 나는 우긴다.
차를 돌려서 가게 앞으로 가니 금방 나오신다.
원동아파트에 다시 모시고 간다.
양쪽으로 주차된 사이의 좁은 길을 조심 조심 빠져 나온다.
원동아파트에 다시 모셔다 드리니 내리자 마자 후닥닥 뛰어간다.
"조심하셔요. 길 미끄럽습니다."
창문을 열고, 인사를 하는데.. 아 소변이 마렵다.
따뚜 공연장으로 가야할 것 같다.
온다콜.. 카카오티.. 연신 울리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는다.
